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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벽 안의 어둠: 가톨릭 교황청과 그들의 검은 금고”

t요리왕 2025. 5. 15. 10:29

바티칸 은행과 교황청, ‘신의 돈’으로 벌어진 일들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 '강복의 발코니'에서 축하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에게 손 흔드는 교황 레오 14세. [바티칸 미디어] 출처 : 직썰(https://www.ziksir.com)

2025년 5월 8일, 전 세계 가톨릭 신자들을 이끄는 새로운 교황, 레오 14세가 선출됐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이번 교황은 역사상 최초의 미국 국적 교황이죠. 세계 최강국 출신 교황이라니, 과연 교황청이 앞으로도 정치적 중립을 지킬 수 있을까요? 평화를 외친다는 점에서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과 닮았지만, ‘돈의 유혹’에서 벗어나긴 쉽지 않아 보입니다.

오늘은 겉으로는 성스러워 보이지만, 실상은 돈의 권력에 휘둘린 교황청과 바티칸 은행의 민낯을 들여다보려 합니다. ‘신의 이름으로’ 운영되었지만, 그 이면엔 수상쩍은 거래와 감춰진 부패가 켜켜이 쌓여 있죠. 가톨릭 교회의 도덕적 권위 아래 숨겨졌던 이 ‘성역의 어두운 그림자’를 공개합니다.


바티칸 은행: 겉은 요새, 속은 돈세탁소?

바티칸 시국. 교황청을 유지하기 위하여 인정된 독립 국가로서의 교황령을 지칭하는 명칭이므로  가톨릭의 최고 통치 기구인  교황청 (敎皇廳, Curia Romana, Roman Curia)과는 다른 개념이다. 따라서 국정을 운영하는 조직 자체도 별도의 추기경단이 따로 있다. 하지만 사실상  교황청  또는 심지어  로마 (Roma, Rome)라는 말 자체가 바티칸 시국을 지칭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바티칸 은행, 공식 명칭으로는 **교황청립 종교사업연구소(IOR)**는 제2차 세계대전 중인 1942년 교황 비오 12세의 교서로 설립됐습니다. 원래 목적은 전 세계 교회 자금을 관리하고 선한 사업을 지원하는 것이었죠. 하지만 막상 현실은 ‘거룩한 금융’보다는 ‘비밀의 금고’에 가까웠습니다.

감시 없이 밀실에서 돌아가는 이 은행은 수십 년간 각종 돈세탁, 배임, 비자금 은폐 등의 혐의를 받았습니다. 외부 감사도 없고, 금융 규제도 비껴 나며, 가톨릭 교회 재정의 ‘블랙박스’ 역할을 해왔죠. 그렇게 성스러운 성벽 안에서 벌어진 일들은, 말 그대로 **“하느님의 돈으로 벌어진 일”**들이었습니다.


역사로 증명된 ‘신의 돈’ 비리 연대기

• 1970년대 – 마피아 금융가 스캔들
이탈리아 금융인 미케레 신도나는 마피아와 비밀결사 P2와 얽힌 인물로, 바티칸의 자문역까지 맡았습니다. 그의 프랭클린 은행 파산으로 교황청은 약 2천만 파운드 손실을 입었고, 마피아와 교황청이 손잡았다는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 1982년 – 암브로시아노 은행 붕괴 사건
바티칸 은행장이던 마르친쿠스 대주교는 은행에 보증서를 써주며 파산을 부추겼고, 은행장 로베르토 칼비는 런던에서 의문의 죽음을 맞습니다. 이 사건은 바티칸 은행이 마피아 자금과 밀접히 연결되어 있음을 드러낸 대표 사례였습니다.

• 1990년대 – 나치 금괴 의혹
1999년,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이 제기한 집단 소송에서는 나치와 우스타샤가 약탈한 금괴가 바티칸을 통해 숨겨졌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소송은 국가 면책특권으로 각하됐지만, 교회가 전쟁범죄와 연루됐다는 충격은 컸습니다.

• 2010년 – 돈세탁 정황 포착
이탈리아 당국은 바티칸 은행 계좌에서 수상한 2,300만 유로의 흐름을 포착하고 수사에 들어갑니다. 당시 은행장 에토레 고티 테데스키까지 조사를 받았고, 바티칸은 “국제 기준에 맞추겠다”는 말만 남깁니다.

• 2021년 – 전직 은행장 유죄 판결
전 바티칸 은행장 앙젤로 칼로야는 부동산 거래로 거액을 챙긴 혐의로 징역 8년 11개월을 선고받습니다. 이는 바티칸 역사상 최고위급 인사의 금융 범죄 유죄 판결로 기록됩니다.


‘죄를 씻는 성수’보다 필요한 건 회계감사

문제는 이 모든 부패가 단순한 ‘개인의 일탈’이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바티칸 스스로가 부패를 감싸고 숨겼다는 사실이 훨씬 더 무겁죠. 마르친쿠스 대주교의 송환 요구를 무시하고, 내부 보고조차 없던 시절이 오래 지속됐습니다. 2013년 전까지는 연례 재무보고서조차 공개된 적이 없었습니다.

심지어 2013년에는 수석 회계사 스카라노 신부2,000만 유로를 밀반입하려다 체포되는 일도 있었죠. 이 모든 일들이 교황청 고위층까지도 돈세탁에 연루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실증 사례였습니다.


개혁은 시작됐지만, 끝은 어디에?

베네딕토 16세와 프란치스코 교황은 바티칸 은행 개혁에 나섰고, 그나마 일부 투명성은 확보되었습니다. 수상한 계좌 수백 개를 폐쇄하고, 외부 회계감사를 받게 되었으며, 처음으로 연례보고서도 공개됐죠.

하지만 2023년 기준 바티칸 은행이 관리하는 자산은 여전히 약 54억 유로.
이 돈의 쓰임새가 모두 투명한지는 의문입니다. 최근에는 런던 부동산 투자 의혹 등 새 스캔들도 터져 나오고 있고요.


성스러움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결국 중요한 건 ‘개혁을 한다’는 선언이 아니라, 진짜로 투명하게 보여주고 책임지는 일입니다. 교회가 진심으로 거룩함을 회복하고 싶다면, 하느님의 이름 뒤에 숨은 돈의 흐름부터 바로잡아야 합니다.

이제는 기도보다 공개 회계 보고서 한 장이 더 큰 신뢰를 줄지도 모릅니다.
하느님의 이름으로 모인 돈, 과연 그 쓰임은 하늘이 아닌 금고 속 지하실로 향한 건 아니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