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를 놓는 자”의 그림자: 교황 레오 14세를 둘러싼 진실들
개혁 이미지 뒤에 가려진 논란의 이면
제267대 교황으로 선출된 **레오 14세(본명 로버트 프리보스트)**는 스스로를 “다리를 놓는 자”라 칭하며, 겸손과 개혁의 이미지를 앞세우고 있습니다. 미국 시카고 출신으로, 페루의 빈민가에서 20년 넘게 봉사한 이력은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이미지 뒤에는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의혹과 구조적 문제들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 글은 단순한 미화나 낙관을 넘어서, 레오 14세와 가톨릭 교회가 마주한 현실을 조명하고자 합니다.
성직자 성범죄 은폐와 교회 권위주의
레오 14세는 주교와 수도회 지도자로 활동하던 시기, 성직자 성범죄 사건과 관련해 여러 차례 은폐 의혹에 연루된 바 있습니다. 시카고의 한 가톨릭 고등학교에서는 한 성직자가 학생을 성추행하고 아동 포르노를 소지했다는 폭로가 있었음에도, 해당 인사는 별다른 내부 조치 없이 자리를 유지했습니다. 결국 합의금이 지급된 이후에야 직위에서 물러났습니다.
또한, 성범죄 혐의가 있는 성직자를 어린이 시설 인근 수도원에 배치한 사례는 교회가 피해자 보호보다는 체면 유지에 더 집중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페루 치클라요 교구장으로 있던 시절에도, 피해 여성들의 고발에 대해 소극적인 대응을 했다는 증언이 이어졌습니다.
국제 성학대 피해자 단체 SNAP은 그에 대한 공식 조사를 요청했고, SCSA는 그를 교황으로 선출한 것은 “피해자에 대한 모욕”이라고 규탄했습니다. BishopAccountability는 레오 14세가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이던 시절조차 성범죄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으며, 가해자에 대한 실질적인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합니다.
재정 투명성 부족과 교황청의 구조적 문제
가톨릭 교회, 특히 교황청이 안고 있는 오랜 문제 중 하나는 재정의 불투명성입니다. 바티칸 은행(IOR)은 과거 여러 차례 돈세탁, 내부 비자금, 비정상적 기부금 유용 등 심각한 스캔들에 연루된 바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전 교황이 이를 바로잡기 위해 외부 감사기구를 도입했지만, 구조적 개혁은 여전히 제자리입니다.
레오 14세 역시 교황청 자산 운영 내역을 공개하지 않았고, 거액의 부동산 거래나 기부금 사용에 대한 감시 강화에도 적극적이지 않았습니다. 그가 성직자부 장관으로 있던 시기, 바티칸 회계 부서 인력이 축소됐고, 관련 보고서들은 외부에 공유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점은 “그가 과연 개혁의지를 가지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재정의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교회의 자선과 봉사 활동은 도덕적 신뢰를 잃고 말 것입니다.
평신도 소외와 여전한 권위주의
오늘날 교회가 직면한 중요한 과제 중 하나는 평신도, 특히 여성 신자의 적극적인 참여를 보장하는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전 교황은 이를 위해 시노드에서 평신도의 발언권을 확대하고, 일부 여성에게도 고위직을 맡긴 바 있습니다.
그러나 레오 14세는 여전히 성직자 중심의 전통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는 2023년 세계주교시노드에서 평신도, 특히 여성의 발언권 확대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고 말해, 변화보다는 현상 유지를 택하는 입장을 드러냈습니다. 실제로 교황 선출에 참여하는 콘클라베는 지금도 남성 성직자들만으로 구성돼 있으며, 이는 교회의 폐쇄성과 권위주의적 문화를 보여주는 단면입니다.
사회 정의 메시지와 실천 간의 간극
레오 14세는 자신의 이름을 19세기 노동권 보호와 사회 정의를 강조했던 교황 레오 13세에서 따왔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는 환경 보호, 빈곤 퇴치, 노동권 보장 등의 주제를 언급하며 “교회는 가난한 자와 함께해야 한다”라고 말해왔습니다.
하지만 실질적 행보에서는 여러 비판이 제기됩니다. 교황청은 여전히 막대한 자산과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에 걸맞는 책임 있는 개혁은 지연되고 있습니다. 일부 환경 단체는 “교황청은 선언만 할 뿐, 실제 투자나 예산 구조는 변하지 않았다”며, 화석연료 투자 청산이나 친환경 전환 예산이 거의 없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말과 행동 사이의 괴리는 교회의 도덕 권위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습니다.
‘개혁자’의 시험대, 이제는 침묵이 아닌 행동을
레오 14세는 “다리를 놓는 자”라는 상징적인 이름으로 교황직에 올랐습니다. 그러나 그의 과거와 현재의 태도는, 진정한 개혁보다는 이미지 관리에 가깝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성범죄 은폐, 재정 부패, 폐쇄적 의사결정 구조 등은 단순히 과거의 문제가 아닙니다. 교회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를 결정하는 핵심 과제입니다. “교리 수호”라는 명분 아래 공동체의 신뢰와 피해자의 존엄을 외면한다면, 교회의 미래는 더욱 암울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레오 14세에게 주어진 질문은 단순히 과거의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앞으로 교회가 어디로 나아갈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입니다. 이제 그는 답해야 할 때입니다. 침묵과 회피가 아닌, 진실과 책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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