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로교회 압수수색에 발끈한 고신총회, 정말 ‘종교탄압’일까?
최근 기독일보에 실린 「세계로교회 압수수색을 규탄한다」는 제목의 기사는, 제목부터 예사롭지 않습니다. 기사는 부산경찰청이 세계로교회 손현보 목사를 대상으로 한 압수수색을 두고 “헌법 위반”, “전례 없는 종교 탄압”이라고 주장하며, 고신총회의 입장을 거침없이 대변했죠. 그런데 이게 정말 ‘종교탄압’일까요?
조금만 들여다보면, 사실과 논리에서 많이 비껴나간 주장을 하고 있다는 걸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해당 보도의 편향성과 논리적 오류를 짚고, 종교가 공공의 책임 앞에서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1. 중립을 버린 ‘신앙 편들기’ 보도
우선, 해당 기사는 세계로교회 편에 너무 노골적으로 서 있습니다. 고신총회는 압수수색이 “억지로 공직선거법을 끌어다 붙인 해석”이라며 반발했는데요, 문제의 발단은 단순한 ‘예배 대화’가 아닙니다. 공식 선거운동 기간도 아닌 시점에, 교육감 후보가 담임목사와 교회 예배당에서 대담을 나누고, 그걸 유튜브에 올렸습니다. 이건 선거관리위원회도 “그건 좀 아니지” 하고 고발한 사안이죠.
공직선거법은 종교기관 등에서의 조직적 선거운동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수사 기관 입장에선 당연히 들여다볼 만한 일이죠. 그런데도 기사는 그런 사실은 쏙 빼고 “종교 탄압”이라며 감정적 프레임만 씌우고 있습니다. 이쯤 되면 “종교의 자유”를 말하는 게 아니라, “법 위의 교회”를 외치는 듯한 인상까지 줍니다.
2. 논리적 비약과 감정 마케팅
고신총회가 압수수색을 두고 꺼내든 비유가 기가 막힙니다. “일제 강점기, 북한, 군사정권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종교탄압”이라니요. 단 한 차례의 법적 압수수색을, 전체주의 정권의 체계적 박해와 비교하는 건 너무 과장된 일반화 아닐까요?
뿐만 아니라 경찰의 법 집행을 “종교에 대한 몰이해”로 치부하는 건 ‘허수아비 논법’의 전형입니다. 실제 쟁점은 “교회에서 신앙 행위를 했느냐”가 아니라 “그 행위가 선거에 영향을 주었느냐”입니다. 그런데도 기사는 “신앙을 탄압받았다”는 프레임만 강조하고 있죠. 논점을 흐리는 데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설득력은 바닥입니다.
3. “정교분리”를 주장하는 이들의 모순된 태도
정교분리 원칙을 들고 나온 것도 아이러니합니다. 교회는 “국가는 교회에 간섭하지 마라” 하면서, 정작 자신들은 선거에 영향력 있는 대담을 하고, 특정 후보를 홍보하는 데 교회를 씁니다. 그건 정교분리의 반대죠.
더 어이없는 건, 고신총회가 한쪽 입으로는 “우리는 법치국가를 자랑스럽게 여긴다”라고 하면서, 다른 쪽 입으로는 “정부가 교회를 건드리면 결사항전!”을 외친다는 겁니다. 이게 바로 자기모순입니다. 법치주의를 존중한다면, 불편한 법집행도 수용하는 게 맞습니다. 법은 종교를 차별하지 않지만, 특혜도 주지 않거든요.
4. 자기 성찰 없는 교단 중심 사고의 위험성
무엇보다 심각한 건, 이번 성명과 기사가 보여주는 ‘자기반성 없음’입니다.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건 명백한 사회적 문제입니다. 그럼 “혹시 우리가 잘못한 건 없나?”를 돌아보는 게 먼저여야죠. 그런데 이들은 모든 걸 “교회에 대한 박해”로 둔갑시켜 버렸습니다.
이런 태도는 교회가 어떤 잘못을 해도 면죄부를 요구하는 셈입니다. 심지어 사회의 지적과 감시는 “신성 모독”으로 받아들이려 하죠. 그건 종교가 아니라, 사이비에 가까운 태도입니다.
과거에도 일부 교회가 성범죄, 재정 비리 등의 문제를 외부에서 지적받았을 때, 피해자보다 교회 체면부터 챙겼던 적이 많았죠. 이번 고신총회의 성명도 그런 흐름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5. 언론과 종교,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야 할 때
기독일보처럼 특정 교단의 입장을 여과 없이 실어 나르는 언론은, 스스로 중립성과 공공성을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종교 언론이라면 사실 관계를 바탕으로 독자가 균형 잡힌 시선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게 기본입니다.
교단 역시 자기 보호에만 급급해 외부 비판을 ‘탄압’으로 규정할 게 아니라,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부터 진지하게 돌아봐야 합니다. 진짜 종교라면 법과 사회 앞에서 조금 더 겸손한 태도를 보여야 하지 않을까요?
🧾 정리하자면…
- 이번 압수수색은 ‘종교 탄압’이 아니라 선거법 위반 의혹에 대한 정당한 수사다.
- 고신총회와 기독일보는 감정적 비약과 자기모순으로 일관하며 책임 회피에 급급했다.
- 종교가 법 위에 있는 것처럼 행동하는 건 오히려 신뢰를 잃는 지름길이다.
- 건강한 종교–국가 관계를 위해선, 비판 수용과 자기 성찰의 자세가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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