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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뉴스

“신앙은 내 마음대로, 감금은 네 맘대로?” — 구지인 사건이 던진 뼈아픈 질문

1. 구지인 사건, 가정사냐 인권 유린이냐

프라임경제

2017년 겨울, 27살 청년 구지인 씨는 부모에 의해 전남 화순의 한 펜션에 감금됐다. 배후에는 개신교 주류 교단 소속 목사의 “이단 상담”이라는 이름의 지시가 있었다. 그들이 보기에 구 씨가 속했던 신흥 교단(신천지)은 ‘이단’이었고, 해결책은 단 하나 — “믿음을 뜯어고쳐라!”였다.

하지만 이건 한두 번의 일이 아니었다. 구 씨는 이미 2016년에도 44일 동안 수도원에 감금됐다가 간신히 탈출했다. 이후 청와대 국민신문고에 “강제 개종 피해를 막아달라”는 청원을 올렸지만,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았다. 결국 2017년 말 다시 감금되었고, 탈출을 시도하다 가족에게 제압당해 질식성 호흡곤란으로 사망했다.

이 사건은 단순히 부모와 자식 간 갈등이 아니다. 종교라는 이름으로 신앙의 자유를 짓밟고, 결국 한 청년의 목숨을 앗아간 집단적 폭력이었다.


2. 헌법? 거기엔 종교의 자유 써 있거든요

헌법 제20조는 말한다.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 여기서 ‘자유’는 내가 어떤 신앙을 가질지, 혹은 안 가질지를 스스로 선택할 권리를 뜻한다. 그런데 강제 개종은 이 기본권을 송두리째 무너뜨린다.

강제개종피해인권연대(강피연)에 따르면 2003년 이후 피해 사례만 2,000건. 그 과정엔 납치, 감금, 폭행이 따라붙었다. “너의 영혼을 구하겠다”며 몸뚱아리를 감금하는 모순이 벌어진 셈이다. 구지인 사건은 그 극단적 결과였다.


3. 왜 특히 젊은 여성들이 피해자가 될까?

피해자의 상당수는 20~30대 여성이다. 이유는 뻔하다. “저항하기 어렵다”는 인식, 가부장적 문화, 가족을 내세운 심리적 압박이 뒤섞여 있다. 성인 자녀를 아직도 ‘내 소유물’처럼 여기는 분위기도 큰 몫을 했다.

게다가 목사들은 직접 나서지 않는다. 대신 가족을 앞세운다. 이러면 법적 책임은 가족에게 떠넘기고, 자신들은 뒤에서 *“우린 그냥 상담했을 뿐”*이라며 빠져나간다. 구조적 방패막이가 이미 완성돼 있었던 것이다.


4. 언론, 제 역할을 했는가?

문제는 언론이다. 국내 언론은 이 사건을 대부분 “가정 문제” 혹은 “종교 분쟁”으로 축소 보도했다. 반면 해외 언론은 이를 심각한 인권 침해로 다루었다. 결과적으로 한국 언론은 헌법적 권리 침해 사건을 놓치고, 국제 언론이 대신 문제를 제기하는 아이러니가 벌어졌다.

그나마 시민사회와 인권단체들이 나서 추모식과 집회, 국제 연대 활동을 이어가며 문제를 공론화했다. 강피연과 세계여성평화그룹(IWPG)은 피해자 증언과 통계 자료를 공개하면서 “이건 가정사가 아니라 구조적 범죄”임을 알렸다.


5. 이제 무엇을 해야 하나?

구지인 사건은 우리에게 숙제를 남겼다.

  • 법적 장치 보완: 강제 개종을 납치·감금·폭행이 포함된 인권 범죄로 규정하고 가중 처벌해야 한다. 종교차별금지법 제정도 필요하다.
  • 사법기관 태도 전환: “종교 문제라서” 수사와 처벌에 소극적인 관행을 버려야 한다. 범죄는 범죄일 뿐이다.
  • 피해자 보호 체계: 긴급 보호시설, 상담 지원 같은 실질적 장치가 필요하다.
  • 종교계 자정 노력: 개신교 주류 교단은 이단상담소협회를 비롯한 강압적 개종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신앙의 자유를 존중하는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결론: 신앙은 강요가 아니라 선택이다

구지인 씨의 죽음은 우리 사회가 “신앙의 자유”라는 헌법적 가치를 얼마나 가볍게 다뤄왔는지 보여준다. 종교적 이유로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은 민주사회에서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신앙은 강요가 아니라 자발적 선택” — 이 당연한 원칙이 상식으로 자리 잡지 않는다면, 제2, 제3의 구지인 사건은 언제든 되풀이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