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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뉴스

"하나님의 종인가, 독재자인가? 과테말라 학살과 복음주의의 어두운 동맹"

성경을 들고 권력을 잡은 독재자: 과테말라와 개신교의 불편한 역사

1982년 과테말라에서 쿠데타가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권력을 잡은 사람은 군인 출신 독재자 에프라인 리오스 몬트였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 그냥 독재자가 아니었습니다.

자신을 "거듭난 크리스천(Born Again Christian)"이라고 소개했고, 집권 직전 개신교로 개종한 뒤 미국 복음주의 교회와 긴밀한 관계를 맺었습니다. 이후 그는 국가 운영마저 종교와 결합하기 시작했습니다.

매주 TV에 나와 성경 이야기를 했고, 예배를 중계했으며, 자신의 정권을 "하나님의 뜻에 따른 정부"처럼 포장했습니다.

겉으로만 보면 마치 신앙심 깊은 지도자처럼 보였습니다.

문제는 그 뒤에서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하나님의 나라"를 외치며 벌어진 학살

리오스 몬트 정권은 "공산주의와의 전쟁"을 명분으로 대대적인 군사작전을 벌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마야 원주민 마을이 파괴되었고, 민간인들이 무차별적으로 희생되었습니다.

국제 인권단체와 유엔 조사 결과에 따르면, 수많은 원주민들이 살해되거나 강제 이주를 당했고, 이후 국제사회는 이를 집단학살(제노사이드)로 규정했습니다.

아이러니한 점은 그가 성경을 들고 연설하던 바로 그 시기에 이런 일들이 벌어졌다는 것입니다.

"이웃을 사랑하라"는 종교의 언어와 "반군을 소탕하라"는 군대의 언어가 한 사람 안에서 동시에 존재했던 셈입니다.

1999년 CEH 보고서에 따른 주(departamentos)별 학살 발생건수
언어에 따른 마야 원주민 분포도
1978~1995년 사이 자행된 학살의 장소.


미국 복음주의는 왜 그를 지지했을까?

2005년 치말테낭고 주 코마팔라의 유해발굴 현장

더 흥미로운 부분은 미국의 일부 복음주의 지도자들의 반응입니다.

당시 유명한 텔레비전 목사였던 팻 로버트슨을 비롯한 여러 복음주의 인사들은 리오스 몬트를 공개적으로 지지했습니다.

그들은 그를 "하나님이 세운 지도자", "공산주의에 맞서는 신실한 크리스천"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심지어 학살 의혹이 제기된 이후에도 일부는 이를 축소하거나 부인했습니다.

왜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요?

답은 당시 냉전 시대의 분위기에 있습니다.

그 시절 미국 보수 진영에서는 "반공주의"가 거의 신앙처럼 받아들여졌습니다.

그래서 어떤 인물이 독재자인지, 인권을 탄압하는지보다 "공산주의에 반대하는가?"가 더 중요한 기준이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쉽게 말해,

"우리 편이면 좋은 사람"

이라는 위험한 논리가 작동한 것입니다.


종교가 정치의 도구가 될 때

과테말라는 원래 가톨릭 신자가 많은 나라였습니다.

그런데 몬트 정권은 일부 개신교 세력을 우대하면서 종교적 갈등까지 부추겼습니다.

군부에 협력한 교회들은 혜택을 받았지만, 일부 가톨릭 성직자들은 좌익으로 몰려 탄압받았습니다.

결국 종교는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 역할보다 정치적 편 가르기의 수단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신앙은 권력을 견제해야 하는데, 오히려 권력을 정당화하는 도장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하나님이 세운 지도자"라는 말의 위험성

이 사건이 주는 가장 큰 교훈은 단순합니다.

어떤 정치인이 성경을 읽는다고 해서 선한 지도자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교회에 출석한다고 해서 인권을 존중하는 것도 아닙니다.

종교적 언어는 사람을 속이는 데에도 사용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역사 속 수많은 독재자들은 자신을 신의 선택을 받은 지도자처럼 포장해 왔습니다.

문제는 신앙 그 자체가 아니라, 신앙을 이용해 권력을 비판하지 못하게 만드는 구조입니다.

"하나님이 세운 지도자니까 비판하면 안 된다."

이 논리가 등장하는 순간 민주주의도, 양심도, 인권도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결국 남은 질문

2013년 과테말라 법원은 리오스 몬트에게 집단학살 혐의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비록 판결은 절차 문제로 취소되었고 그는 최종 확정 판결 전에 사망했지만, 세계는 이미 하나의 교훈을 얻었습니다.

종교가 권력과 지나치게 가까워질 때, 신앙은 약자를 보호하는 힘이 아니라 강자를 보호하는 방패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진짜 신앙의 가치는 권력자 옆에 서는 것이 아니라, 권력에 짓눌린 사람들 곁에 서는 데 있는지도 모릅니다.

과테말라의 비극은 바로 그 사실을 우리에게 묻고 있습니다.

"교회는 권력의 친구가 되어야 하는가, 아니면 권력을 감시하는 양심이 되어야 하는가?"

 

https://amnesty.or.kr/6937/news/human-rights-news/%EA%B3%BC%ED%85%8C%EB%A7%90%EB%9D%BC-%EB%A6%AC%EC%98%A4%EC%8A%A4-%EB%AA%AC%ED%8A%B8-%EC%A0%84-%EB%8C%80%ED%86%B5%EB%A0%B9-%EC%9E%AC%ED%8C%90%EC%97%90-%EA%B4%80%ED%95%9C-10%EA%B0%80%EC%A7%80__trashed/

 

과테말라: 리오스 몬트 전 대통령 재판에 관한 10가지 진실 -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160여 개국과 함께 인권을 보호하고 정의를 실현하는 국제 인권단체입니다. 조사와 캠페인을 통해 모든 사람의 존엄성과 권리를 지키는 행동을 이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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